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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지극히 현실적인 영화, 무너져버린 안전

by 윤리드 2024.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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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지극히 현실적이기에 더욱 씁쓸한 영화

영화 ‘터널’을 처음 봤을 당시 굉장히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나는 영화를 한 번 보고 나면 그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금방 잊어버리곤 하는데, 이 영화는 생각나는 장면이 꽤나 많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너무나도 현실적인 영화였기 때문에.. 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위해 내용을 한 번 더 복기하고자 다시 영화를 보려고 했지만, 차마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짧은 리뷰 영상들이라도 보려고 했는데, 역시나 검색까지만 하고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너무 무서워서. 사실 이 영화는 중간중간 재미있는 개그코드가 꽤나 있어서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주는 장치를 한다. 물론 나도 그런 장면들을 좋아하지만, 사실 그런 장면들에서 마음 놓고 웃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미 주인공이 처한 그 상황들이 너무나도 처참했고, 불운했기 때문에 금방 마음이 가라앉아버리고는 했다. 재난 영화라는 장르 자체가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이 영화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터널’이 주제다. 갑작스레 무너져 버린 터널에 갇힌 남자 정수(하정우)가 터널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생존하는 이야기와 그를 구조하기 위해 밖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주를 이룬다. 주인공 정수는 자동차 영업대리점의 과장으로 큰 계약을 앞두고 들뜬 기분으로 집으로 가던 중에 갑자기 터널이 무너져 그 안에 갇히게 된다. 그냥 적당히 짧은 터널도 아니고 엄청난 대형 터널. 눈앞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콘크리트 잔해들뿐이고. 그에게 남아있는 것은 배터리가 78% 남은 휴대폰과 생수 두 병, 딸에게 주기 위해 사 둔 생일케이크가 전부였다. 대형 터널이기 때문에 당연히 구조는 쉽지 않고, 바깥과 연락할 수단도 마땅치 않았다. 전파는 제대로 닿지 않고, 배터리를 낭비할 수도 없으며, 그나마 다행인 건 차량 라디오로 바깥에서 전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정도. 진짜 순간순간이 너무나도 절망적이다. 그 와중에 터널 안에서 만나게 된 ‘미나’와 그녀의 반려견 ‘탱이’. 정수는 미나와 탱이에게 물을 나눠주면서 이 와중에도 인간미를 보여주었지만 탱이가 남은 케이크를 다 먹어버려 정수는 여기서 1차적으로 멘탈이 붕괴된다. 하지만 끝까지 미나에게는 태연한 모습을 보여 어른다운 모습 또한 보여주었다. 하지만 결국 미나는 이후 과다출혈로 인해 눈을 감게 된다.

사실 이 장면도 너무 충격적이었다. 당장 내 앞에서 사람이 죽어간다는 걸, 그렇게 세상을 떠나간 것을 본다는 게 난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너무 감정이입을 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나라면 그 상황을 마주했을 때 나도 그렇게 되지는 않을까, 바로 공포심에 휩싸여 패닉 상태가 될 것만 같다.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내 감정과 상관없이 영화는 계속해서 진행된다. 정말 지극히 현실적이고, 우리 사회를 제대로 보여주는 그 장면들이 나에게는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무섭게 느껴졌다. 영화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었고, 머릿속에서는 내 현실과 자꾸 대입하게 되면서 점점 더 공포영화 같았다. 다행히 이후 정수는 35일 만에 구조되어 세상으로 나오지만, 마지막에 다시 한 번 차를 타고 터널로 들어가기 전 두려움에 떠는 장면이, 너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비록 아내 ‘세현’이 운전을 하고 있었고, 세현이 손을 꼭 잡아주면서 무사히 터널을 빠져나와 정수의 안심하는 장면으로 마무리가 되지만, 무언가 씁쓸함이 내 안에 남는 영화였다.

 

터널과 같이 무너져버린 안전

영화 ‘터널’은 연기력이 정말 탄탄한 배우들고 캐스팅이 되었다. 그래서 더욱 극 중 몰입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현실적인 등장인물들이, 정말 배우들의 연기로 살아났다고 해야 하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재난 사건사고가 적지 않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민감하지 못한 편이라고도 생각한다. 일종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 터널이 무너지게 된 이유 자체가 자연재해가 아닌 것부터, 실제 우리가 볼 수 있는 재난사건들은 대부분이 부실공사, 지키지 않은 체계 등에서 나온다. 매뉴얼만 잘 지켜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 순간의 편함, 비용에 혹해 일어나는 것이다. 자신의 선택이 얼마나 많은 비극을 불러올지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설령 누군가가 이야기하더라도, “에이, 설마” 하는 대답이 많이 돌아온다. 그 ‘설마’라는 말 자체가 안전불감증이고, 더 큰 사고, 더 큰 위험으로 이어질 거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러한 부분을 굉장히 잘 꼬집어냈다. 게다가 무슨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누구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모습들까지 보여주며 이 망할 사회의 시스템을 완전히 까발려버렸다. 누군가는 결국 책임을 져야 하고, 그런 책임을 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처음부터 꼼꼼하게, 정확하게 해내야 한다. 그것이 ‘안전’과 직결된 문제일 때는 더더욱.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공포와 두려움은, 아마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내가 터널을 지나다가 무너질 것 같아서. 그리고 나는 그곳에 갇혀버리면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아서. 누군가는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하겠지만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일 아닌가? 좀 더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고 터널처럼 무너져버린 이 안전시스템에 대해 제대로 구축을 해 우리 사회가 좀 더 발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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