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로렌 와이스버거의 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으로 패션 산업을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명품 브랜드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인지, 여성팬 층이 굉장히 두터운 작품이다. 나 또한 이 작품을 극장에서 재개봉했을 때 관람하게 되었는데 영화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너무나도 현대사회의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에.
앤드리아의 결의와 성장
주인공 앤드리아는 최고의 패션 매거진 ‘런웨이’에 입사하게 된다. 많은 노력을 통해 기적같이 입사한 곳이지만 패션업계의 화려한 세계는 앤드리아에게 낯설기만 했고 도통 적응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녀는 원래의 꿈인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딱 1년만 버티기로 결심했고 정말 열심히 일하지만, 런웨이의 편집장인 미란다와 일하는 것은 정말 지옥 같을 뿐이었다. 그렇게 바쁜 일정 때문에 앤드리아는 자신의 삶은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고 꿈과도 점점 멀어져만 간다. 게다가 어설픈 패션지식과 자신과 맞지 않는 스타일로 인해 미란다에게 매일 같이 모욕적인 언행을 듣다 보니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은 생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얼마 후 편집자 나이젤의 조언을 통해 앤드리아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게 된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했던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패션 매거진에서 일하는 이상 그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여기서 앤드리아는 자신의 가치와 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미란다와의 충돌과 갈등 속에서 자신의 강인한 결의를 찾아간다. 그리고 머지않아 패션관계자다운 옷차림과 행동, 그리고 점차 완벽해지는 일처리를 통해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낸다.
미란다의 성공, 현대사회의 관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패션계의 현실을 자세히 조명하면서 그 안에 숨은 감성과 인간적인 이야기를 동시에 풀어낸다. ‘런웨이’에서의 생활은 앤드리아의 성장과 희생을 동시에 요구한다. 앤드리아라는 사람 그 자체를 바라보기보다는, 회사의 성공을 위해 일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일과 자신 삶을 두고 하는 갈등이다. 주인공이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본인의 삶과 꿈은 사라져만 가고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씩 곁은 떠난다. 이것은 앤드리아뿐만 아니라 미란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미란다도 이렇게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에는 그만큼 잃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관객은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 사회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일을 하고 있고, 그 일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지 자신의 꿈과 직결되어 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삶은 곧 돈이 없으면, 일을 하지 않으면 굴러가지 않기 때문에 일을 우선시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일에 더욱 열중하게 되고, 내가 원래 바라보고 추구했던 가치는 자연스레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미란다가 선택한 ‘성공’은 과연 옳지 않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저 자신이 더 원하는 방향을 찾아낸 것이다. 인생은 모두 자신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그 선택에 있어서 타인이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부분이 자신의 삶의 가치를 항상 생각하고, 이루어내고 싶어 한다. 그러한 욕망이 현대사회에서 워라밸을 중시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놓치고 있던 진짜 ‘나’를 찾아서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앤드리아는 점점 미란다와 닮아간다. 처음에는 1년만 버텨보자는 심정이었지만 미란다와 일을 진행하면서 욕심이 생기고, 일에 몰두하다 보니 주변을 챙기지 못하게 되는 일이 생기고 만다. 결정적으로 파리에서의 패션쇼를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 앤드리아는 미란다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지난 행동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자신은 미란다와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행동들은 명백하게 미란다와 닮아있었다. 그 사실에 충격을 받은 앤드리아는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다짐한다. 패션업계에 맞는 화려한 화장과 옷을 벗어던지고 정말 자신이 원했던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한 면접을 본다. 결국 앤드리아는 자신이 놓치고 있던 꿈을 향해 나아간다. 모두가 원하는 것은 다르지만, 적어도 앤드리아의 꿈은 미란다와 달랐던 것. 우리는 누구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삶을 살아가다 보면 ‘나’를 잃어버리고는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것을 소중히 여기고, 되새기며 ‘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