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위도우 –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액션
영화 ‘블랙위도우’는 그동안 우리에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멋진 모습들을 보여준 나타샤 로마노프의 강렬한 여정을 담아낸 영화로, ‘캡틴아메리카: 시빌 워’ 직후의 시간대로 전개된다. 블랙위도우가 마블에서 처음 등장한 지 11년 만에 나온 솔로영화이자 스칼렛 요한슨의 블랙위도우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영화로 많은 팬들의 기대 속에 개봉했다. 그리고 역시 기대에 부응하는 스펙터클한 액션과 감동적인 스토리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블랙 위도우의 액션은 눈을 뗄 수 없는 중독성이 있다. 특히, 여타의 마블 히어로와 달리 블랙위도우의 액션은 파워보다는 순발력, 그리고 여러 가지 특수 기술에 기반한 액션이 돋보인다.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다양한 도구와 환상적인 연출이 결합돼 관객에게 긴장감과 만족감을 동시에 선사하고 빠른 화면 전환과 연출로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또한 이 영화는 고층 건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추격전, 다채로운 무기, 유연한 몸놀림 등 여성히어로로써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면모를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이는 마블 팬을 넘어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 벅찰 영화임이 분명하다.
나타샤의 과거와 가족
지금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에서는 블랙위도우의 과거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을 찾아볼 수 없었다. 메인 스토리는 다른 히어로들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블랙위도우는 언제나 베일에 쌓인 존재로서 항상 우리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간혹 그녀의 과거에 대한 힌트를 주는 장면들이 있었지만, 그 이상의 단서는 주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어벤져스:엔드게임’에서 최후를 맞이했고, 우리는 이번 영화를 통해 나타샤의 과거를 알게 됨과 동시에 그녀와 작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나타샤의 알려지지 않은, 지금까지 숨겨져 있었던 과거의 이야기가 함께 전개된다. 나타샤 로마노프는 과거 자신의 그림자를 직면하면서 동시에 여동생 옐레나와 재회하게 된다. 옐레나와의 재회는 나타샤에게 예상치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불러오고, 떨어져 있었던 시간 동안 서로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그들이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그려낸다. 그 여정 속에서 옐레나를 지키고자 하는 나타샤, 옐레나와 함께 싸우는 나타샤의 모습은 그녀가 얼마나 가족에게 따뜻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저 히어로였던 ‘블랙위도우’에서 벗어나 같은 여성으로서 서로 이해하고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둘 간의 다양한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그저 화려한 액션만이 아닌 영화 속에 담긴 감정선과 연출이 이 영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안녕, 나타샤 : 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
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나는 웃음과 눈물을 번갈아가며 흘렸다. 다양한 감정의 파도를 타고 이 캐릭터와 함께했던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레드룸이라는 조직의 등장, 위도우들의 이야기, 나타샤의 위장가족.. 그동안 메인 스토리에서 풀리지 않았던 나타샤의 모습들이 모두 담겨있어 영화가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했으며, 끝나가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옐레나의 등장으로 인해 블랙위도우의 세대교체를 확실하게 보여주었고, 그로 인해 우리가 알던 1세대 블랙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나타샤와는 작별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 것 같다. 나타샤는 지금까지 그저 단순한 히어로가 아닌, 모두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우리 마음속 영원한 1대 여성히어로로 활약해 주었으며 영원히 우리에게 멋진 히어로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저 그런 블록버스터물이 아닌, 깊이 있는 이야기와 감정을 담은 작품으로서 기억될 것이다. 세간에서는 나타샤에 대한 헌정영화가 아닌 세대교체용 영화다, 나타샤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혹평을 하기도 하지만 나는 영화 한 편에서 담아낼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담아냈다고 본다. 그렇게 나타샤 로마노프는 여전히 그녀만의 빛을 발하며, 우리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안녕, 나타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