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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의 새빨간 비밀> 후기 래서판다로 변하는 사춘기 소녀

by 윤리드 2024.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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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의 새빨간 비밀

래서판다로 변하는 소녀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흥분하면 래서판다로 변하는 13살 소녀인 ‘메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이 블로그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꽤나 많이 다루고 있고, 또 그만큼 애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 관람이 어려울 때, 디즈니+에서 독점으로 공개되었다. 이후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미국에서는 이번 2월 9일에 극장 개봉을 했다. 나는 당시 이 영화가 공개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디즈니+를 이용하지 않고 있을 때여서 굳이 찾아보지 않았는데 이번에 마침 디즈니+를 구독하고 있는 상태에서 극장 개봉이 되었다는 소식까지 듣고 찾아보게 되었다. 게다가 한국계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말을 들어 더 관심이 생겨 곧장 디즈니+에 접속해 ‘메이의 새빨간 비밀’을 검색했다. 포스터를 보는 순간부터 알 수 있듯이, 주인공 메이는 완전한 사람이 아니다. 아니, 사람이었었다. 하지만 사춘기를 겪고 있는 13살,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레서판다로 변해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알고 보니 가문의 선조인 ‘선이’가 당시 전쟁터로 모두 떠나버린 남자들을 대신해 아이들을 홀로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해달라고 판다 신에게 소원을 빌었었다고 한다. 그 소원으로 인해 래서판다로 변신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능력이 가문 대대로 내려와 현대까지 이어진 것. 원래는 축복이었던 능력이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현대에서 래서판다로 변하는 능력은 독이나 다름없었고, 이후 후손들은 그 영혼을 봉인하고자 의식을 통해 지금까지 각자의 물건 속에 래서판다의 영혼을 잠재워왔다고 한다. 그리하여 메이 또한 붉은 달이 뜨는 날, 그 영혼을 잠재우면 원래대로 살아갈 수 있기에, 그날까지 최대한 자신을 컨트롤하며 의식을 기다리기로 한다.

 

사춘기 소녀와 과잉보호 엄마

이 영화의 주인공 ‘메이’는 13살 소녀로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다. 조금 빠른 감이 없지 않나 싶지만 요즘 사회를 보면 그다지 빠른 시기도 아니다. 더군다나 우리의 메이는 일반적인 13살보다 꽤나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 완전히 어른스럽다는 건 아니고 정말 그 나이대에 비교했을 때 말이다. 부모님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 항상 열심히 공부하고, 착한 딸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사원 일도 열심히 돕고, 청소도 하고, 친구들과의 시간도 포기하고 있다. 자신은 잘생긴 남자도 좋아하고 인기 보이그룹도 좋아하지만 엄마가 그들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도 관심이 없는 척을 한다. 오직 엄마를 실망시킬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자신도 하고 싶은 것이 굉장히 많을 텐데 그 많은 것을 참으며 살아간다. 그러니 당연히 속은 곪아가고 항상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스트레스를 제대로 표출을 하지 못하니까, 사춘기도 일찍 올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메이는 가문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래서판다로 변하는 시기가 빠른 편이었다. 래서판다로 변하는 것은, 흥분을 했을 때다. 어떤 종류의 흥분인지는 상관없다. 화났을 때, 귀여운 것을 봤을 때, 극도로 행복할 때 등등 심장이 마구 뛰고 숨이 가빠지면 래서판다로 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래서판다로 변하면 감정이 마음대로 제어가 되지 않아 평소에는 감추었던 말들을 마구 뱉고, 하지 못하던 행동들을 하고는 한다. 본능에 충실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메이의 엄마 ‘밍’은, 메이를 정말 사랑하지만 누가 봐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메이를 보호한다. 메이는 혼자서도 충분히 잘 해내고 있는데 본인이 걱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학교까지 몰래 찾아간다던가,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행동해 메이를 부끄럽게 한다던가, 하는 행동이 너무나도 잦다. 본인은 딸을 위하는 것이지만 정작 메이의 말은 제대로 들어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본 것으로만 그 상황 모든 것을 판단한다. 그로 인해 메이가 어떤 상황에 처할지, 주변에서 어떻게 볼지는 신경 쓰지 않으며, 오히려 다른 집 아들이나 딸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하며 그들이 메이를 망쳤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해도 받지 않을 수가 없는 환경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메이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자신의 창피함은 감당하며 엄마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하니, 정말 속이 좋아도 너무 좋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뭐, 결국 버티지 못해 래서판다로 변화한 것이지만.)

 

감상후기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사실 전혀 내 취향은 아닌 영화였다. 지금까지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았던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뭐랄까, 좀 보는 내내 보기 힘든 장면이 많았다. 내가 이전보다 많이 자랐고, 가치관이 변화한 탓도 있겠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조금은, 어렵다고 해야 하나. 물론 픽사라는 이름답게 영상미는 굉장히 훌륭하다. 다만, ‘밍’의 과잉보호가 나에게는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결말에서는 그런 갈등을 전부 극복하고, 밍의 인생도 어느 정도 보여주며 변화한 밍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주인공인 메이가 좋으면 그만이겠지만, 앞에 일어난 전개에 비해 결말이 조금 아쉬운 느낌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결국 메이는 래서판다와 평생 함께하기로 선택하는데, 그로 인해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인지도 의문. 게다가 의식 중간에 관두는 바람에 한 번 의식이 끊어졌는데 그 또한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지금 사춘기를 한참 지나서 그 감성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건가 싶기도 한데, 여러모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장면이 많았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행복하니 상관없나. 저번 글에서 애매한 해피엔딩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했었는데 딱 그런 느낌이다. 해피엔딩이라 딱히 불만은 없지만, 별로 가슴에 남지는 않는 그런 영화랄까. 배경과 주제가 동양에서 익숙한 소재이다 보니 동양에서 상당히 많은 공감을 얻으며 호평을 들었다고 하는데, 오히려 나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너무 흔한 소재라 ‘이걸 굳이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나?’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소재 자체는 공감이 되지만, 연출 자체에 공감이 되지 않은 케이스.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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