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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미장센 분석 : 색, 벽, 행위

by 윤리드 2024.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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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영화 ‘마더’는 한 사건으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받은 아들의 무죄 선고를 위해 애쓰는 한 엄마의 이야기다. 영화는 마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이야기가 어떤 모티프를 가지고 있으며 그에 따른 미장센이 어떻게 짜여 있고 어떤 유기성을 가지고 변화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첫 번째 : 영화의 색

첫 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미장센의 요소는 영화에서 쓰인 색이다. 이는 관객이 비교적 쉽게 시각적으로 알아챌 수 있는 요소이다. 오프닝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 영화의 톤은 전체적으로 새벽에 물안개 낀 듯 한 스산한 느낌의 푸른 톤이다. 그리고 이 톤을 영화 내내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옷도 비슷한 푸른색 계열로 통일했다. 단 한 사람 ‘마더’를 제외하고 말이다. 마더는 영화 전체의 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붉은색’으로 표현되었다. 이 영화를 간단히 말하자면 마더가 홀로 고군분투하는 영화이다. 이런 그녀의 서사에 걸맞게 다른 모든 색과 대비되는 붉은색으로 그녀의 특징을 나타낸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은 다수가 아닌 소수인 마더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즉 영화 내내 붉은색의 상징인 마더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마더에게 협조하지 않는 파란색을 악의 상징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클라이맥스에서 이 규칙이 깨지는 순간이 온다. 카메라는 클라이맥스에서 마더의 파란색 스커트를 잡는다. 가장 결정적인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에 마더는 파란색 스커트와 보라색 외투를 입고 있던 것이다. 마더의 보라색 외투는 클라이맥스에서 선과 악이 불분명해지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의미했고, 파란색 스커트는 앞선 서사에서 꾸준히 쌓아온 마더라는 인물에 대한 신뢰감이 부서지며 관객이 인물에게 가장 큰 배신을 느끼는 순간이 등장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이때 마더가 입은 옷은 오프닝 씬의 알 수 없는 기괴한 춤을 추던 마더와 같은 옷이었다. 우리는 오프닝 씬에서 쓰인 색이 클라이맥스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며 알 수 없고 당황스러웠던 오프닝 씬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차릴 수 있다.

 

두 번째 : 벽의 의미

두 번째로 이야기할 것은 벽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벽은 오로지 건조물이란 의미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에 대해서도 벽이라고 통칭하겠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벽은 마더의 일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오프닝 씬이 끝난 후 첫 장면에서는 마더와 도준 사이에 ‘도로’와 ‘차’라는 벽이 그들 사이를 막고 있었다. 마더는 그 벽을 뚫고 도준에게 달려가지만, 도준은 그런 마더를 밀치고 차에 타버린다. 마더를 방해하는 역할을 하는 이 벽은 사건 이후에 철창이라는 직조된 벽으로 심화된다. 죄수가 된 도준은 마더와 이 벽으로 인해 분리된다. 시점샷을 통해 마더가 실질적으로 느끼는 벽의 이미지를 관객은 이입해서 느낄 수 있다. 이 철창의 역할은 클라이맥스에서 변화하게 된다. 지금껏 도준의 얼굴에 씌워졌던 이 철창 모양의 벽은 범죄를 저지른 마더의 얼굴로 이동하여 덧씌워진다. 이는 아들 도준의 행위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도준의 죄가 마더에게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도준이 감옥에서 나오게 되며 마더와 도준을 막고 있는 실질적인 벽은 허물어졌다. 처음 마더의 목표였던 벽을 허물어 도준을 감옥에서 데리고 나온다는 이야기가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되고 도준 대신 수감된 종팔과의 면회 장면에서 아들의 죄를 다른 이가 뒤집어썼다는 사실에 마더는 그렇게 허물고자 했던 벽에 끝없이 갇히게 된 것을 볼 수 있다. 벽의 의미가 변화하게 된 것이다. 감옥에 갇힌 것은 종팔이 었지만, 연속된 벽의 이미지를 마더에게 덧씌워서 실제 죄수는 마더이며 실제로 마음의 벽에 갇혀있는 것은 마더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영화 내내 마더의 심리 변화에 따라 벽은 계속 변화되며 지속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 유기적으로 연결된 행위

세 번째로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행위에 대한 이야기다. 마더에서 영화 내내 반복적으로 나오는 행위를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무언가를 먹이는 행위다. 극의 초반부, 경찰서를 다녀온 도준에게 마더는 닭고기를 올려주지만, 도준은 이를 거부한다. 하지만, 사실상 마더가 만든 음식을 먹는다. 바로 이어지는 다음 쇼트에서 도준은 엄마가 주는 한약을 받아먹는다. 그와 동시에 도준은 볼일을 본다. 이 두 가지 장면을 동시에 한 쇼트에 표현했다. 이때 나오는 구도 또한 하이 앵글로 찍어서 도준은 수동적인 인물로 표현되었으며 마더는 강압적이게 보일 수 있는 구도를 사용해 먹인다는 행위를 강조했다. 이 장면에서는 먹이는 행위와 그로 인해 배설하는 행위 그리고 곧바로 그것을 닦아 수습하는 마더의 연속된 행위를 보여준다. 이 행위의 실질적인 원인과 결과는 전부 마더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연속된 두 쇼트가 극 전체의 모티프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먹인다는 행위는 극 도중 플래시백으로 뜬금없이 박카스를 먹는 어린 남자아이를 보여줌으로써 한 번 더 나타낸다. 그는 어린 시절 도준이었고, 이 장면은 도준을 해하려 했던 과거 마더의 행위였다. 이 행위의 결과는 사흘 밤낮을 토했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영화는 마더의 행위에 따른 결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두 번째로 말할 언어적 행위의 의미와도 중첩된다. 두 번째로 말할 것은 ‘복수’라는 언어적 행위이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도준은 ‘바보’라는 말에 유독 집착했다. 결국, 이 단어는 결정적으로 사건을 저지르게 된 동기가 되었다. 도준이라는 인물이 ‘바보’라는 단어에 집착한 이유는 ‘복수’라는 행위를 이루기 위해서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도준이 행한 이 복수는 사실 마더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이는 마더와 도준의 면회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 과거에 마더는 도준에게 “무시하면 작살내라.”, “한대 치면 두 대 까라.”라는 등의 교육을 했다. 그 교육의 결과가 이런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겠지만, 결국 마더의 언어적 행위는 도준의 범죄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 두 가지 행위를 보아 결국 도준의 행위는 마더의 행위에서 비롯되었으며 서사를 관통하는 사건의 전말도 마더와 깊게 연관되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영화에서 발견한 세 가지 미장센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결국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모티프는 ‘어긋난 모성의 결과’이다. 이 모티프는 극의 클라이맥스에서야 진실이 드러난다. 클라이맥스 이전에는 “모성은 위대하다.”라는 식의 상투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일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하지만, 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어긋나고 일그러진 모성을 말하고 있었다. 앞서 말했던 세 가지의 미장센은 이 모티프를 기반으로 유기적으로 짜여 있었다. 반전을 통해 모티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는 것을 끝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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