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기생충’은 현대사회의 계급구조를 기반으로 양극화된 부의 불평등을 모티프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구심점으로 기생충의 미장센에 대해 분석해 볼 수 있으며 그러기 위해 첫 번째로는 이미지의 기반인 서사 분석을 먼저 해야 한다. 오늘은 서사적으로 포인트를 짚으며 3막 구조로 이를 분석함과 동시에 서사에 따른 등장인물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기생충 서사분석
이야기는 기택의 반지하 집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특별히 그렇다 할 직업 없이 피자 박스를 접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이러한 설정과 그들이 살고 있는 반지하라는 공간은 기택 식구들의 처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서사적 설정이다. 1막에서는 이러한 설정들을 보여주며 주로 기택의 식구들을 소개해 주고 있다. 그런 식구들에게 그들의 기본값을 변화시켜 줄 수 있는 사건이 생긴다. 기우의 친구 민혁의 등장이다. 그의 제안으로 기우는 과외 자리를 얻게 된다. 그렇게 기우가 처음으로 박 사장의 집에 취업하며 그들의 이야기와 공간에‘터닝 포인트’가 생긴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새로운 이야기 요소가 등장하며 2막이 시작된다. 2막에서는 기우에 이어 나머지 가족들이 박 사장의 집에 줄줄이 취업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는 여러 긴장감을 주는 요소들이 가미되긴 하지만, 큰 고충 없이 나름 순탄하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2막에서부터는 서사의 변화에 따른 인물의 변화를 같이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기택과 기우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그들은 확연히 전과 행동이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그들의 반지하에서 나타난 취객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1막에서는 그저 취객을 바라보고 어떤 큰 행동을 취하지 않았던 둘이지만, 2막의 기택은 취객에게 크게 욕을 하고, 기우는 수석을 들고 취객에게 달려든다. 또한, 초반 설정에서 충숙에게 발로 밀리는 신세였던 기택이 충숙의 멱살을 잡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장난으로 무마되었지만, 기택의 위압감과 캐릭터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이처럼 박 사장의 집에 줄줄이 취업하게 되어 잠시 기세등등해졌던 그들이었지만, 문광의 등장으로 인해 판은 아예 뒤집어진다. 이것이 기생충의‘미드포인트’이다. 숨겨진 지하공간이 드러나며 서사적으로 강렬한 변화가 일어났고, 지금껏 숨겨져 있던 의미와 진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반지하에서 간신히 지상으로 올라왔던 기택의 가족은 이를 기점으로 더 깊은 지하로 가는 길을 열게 된다. 또한, 이때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된 기택의 가족과 문광, 근세는 사투를 벌이게 된다. 그러던 중 박 사장의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오자 기택의 가족은 문광과 근세를 깊은 지하에 떨어트려 가두고, 본인들은 충숙이 말했던 것처럼 집 안에 바퀴벌레처럼 숨게 된다. 그들은 바닥에 납작하게 숨어 박 사장 부부가 잠들기만을 기다린 후 기어서 그 집을 탈출하게 된다. 그렇게 간신히 탈출한 기택, 기우, 기정은 비로 인해 침수가 되어버린 동네와 반지하 집을 마주하게 된다. 이 사건은 특히나 기우에게 있어서 큰 심경의 변화를 안겨주었고 클라이맥스로 가기 위한 발판을 만들어주었다.
3막으로 전환이 되며 영화의 초반에 비교적 행동에 소극적이었던 기택과 기우의 행동의 변화가 3번에 걸쳐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두 인물의 행위 변화는 서사적으로 뚜렷하게 집중해야 될 부분이다. 기우는 수석을 들고 직접 지하로 들어간다. 이로 인해 근세가 지하에서 나오게 되고 클라이맥스에서 갈등이 폭발하게 된다. 결국 다송이의 생일파티에서 칼부림이 일어나게 된다. 또한, 기택은 지금껏 쌓여왔던 무언가가 터지듯이 결국 박 사장을 칼로 찌르게 된다. 이렇듯 1막에서 가장 소극적이던 두 인물은 클라이맥스에서 가장 큰 행위를 보여주게 된다. 이후 결국 박 사장을 찌른 기택은 근세가 살던 지하로 숨게 된다. 그렇게 현대 계급사회의 암울한 현실을 강조하며 기우의 지켜지지 못할 계획이 담긴 편지를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속 공간분석
다음은 앞서 말했던 서사적 에센스에 기반하여 공간에 대해 분석해 보겠다. 기생충에서 공간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기택의 반지하’,‘박 사장의 지상 저택’,‘근세의 지하 공간’이다. 우선 1막에서 처음 등장하였던 기택의 집은 반지하구조로 현대사회 하계층인 기택의 가족들의 처지를 가장 신랄하게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이 공간의 특징은 가로 폭이 매우 좁고 긴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나란히 할 수 있는 공간은 바깥이 반 밖에 안 보이는 창살이 있는 반지하 창문 앞이었다. 또한, 그 장소는 노상방뇨하는 취객의 위협, 소독차의 위협이 있는 거실이라 하기도 민망한 공간이었다. 박 사장의 집으로 면접을 가게 된 기우가 집을 나설 때에 좁은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오르는데, 그 계단의 폭 또한 굉장히 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다음 플롯에 나오는 박 사장의 동네와 매우 큰 차이를 느끼게 해 주었다. 특히나 기우가 반지하 집을 나와서 박 사장의 집으로 가는 길에서 공간의 차이가 확실하게 드러난다. 좁은 가로 폭이 갑자기 와이드 하게 바뀌며 기우는 화면상에서 엄청나게 작아졌다. 이를 통해 사실 박 사장의 저택과 기택의 반지하라는 이 두 공간은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를 영화에서 대표하여 상징하는 하나의 수단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한 번 더 강조해 주었다. 공간의 비교를 통해서 가난한 동네에는 수많은 기택들이 부자 동네의 수많은 박 사장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이렇듯 1막에서 가장 대비되는 공간은 기택의 반지하와 박 사장의 호화 저택이다. 박 사장의 저택은 기우가 첫 수업을 가게 되며 처음 등장한다. 그 장소에는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말해주듯 수많은 계단이 있다. 또한, 그 계단은 공간 분리로서의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었다. 현대 사회의 계급을 나타내는 듯한 상징물(피라미드형 텐트 등)이 집안 곳곳에 존재했으며, 가시적으로 공간을 분리하는 선을 활용한 인테리어를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마당이 훤히 내다보이는 큰 창문은 기택의 반지하와 대비되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기택의 반지하에서 창문은 그들에게 위협을 주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박 사장의 저택에서 창문은 풍경을 바라보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햇볕을 쬘 수 있는 행복감을 주는 공간이었다.
2막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숨겨져 있던 지하공간이 나오는데 이 공간은 급격한 하강감을 주는 새로운 공간이다. 이 공간은 기택의 집보다도 훨씬 좁은 폭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계단을 연달아야 그 공간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 세 가지 공간은 현대 사회의 계층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공간이었다.
또한 이 공간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소가 있다. 바로‘비’와 ‘냄새’다. 이는 기생충의 모티프인 불평등을 더욱 강조해 주는 역할을 하였다. 박 사장은 기택에게 나는 냄새를‘지하철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선을 넘는 냄새’라고 지칭했다. 또한, 극 중 기정은‘반지하를 벗어나지 않으면 빠지지 않는 냄새’라며 가족들에게 표현한다. 이처럼‘냄새’는 지하라는 공간을 상징했고, 양극화된 계층을 확실하게 나타내었으며 갈등을 심화시키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했다. 다음은‘비’다. 박 사장의 가족들에게‘비’는 저택이라는 공간에서 가든파티를 열 수 있게 만든 전화위복의 소재였으며, 기택의 가족들에게‘비’는 그들의 보금자리를 잃게 만든 커다란 상실감을 안겨준 소재였다. 이렇듯 ‘냄새’와‘비’는 두 공간의 차이를 더욱 심화시켰다.
영화 속 구도의 법칙 분석
다음으로는 서사에 따른 카메라 앵글과 구도, 그리고 서사를 관통하는 구도의 법칙에 대해 분석해 보았다. 우선 영화 전반에 걸쳐 기생충의 모티프인 양극화된 부의 불평등을 상징하는 쇼트들과 촬영기법을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었다. 주로 수직 상승, 수직 하강에 대해 잘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을 팔로우하는 카메라 기법을 사용했고 와이드 한 쇼트들 사용해 인물의 측면을 보여주는 쇼트들로 구성하여 가시성을 높여 상하 구조를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롱샷을 주로 사용하여 인물의 행위정보와 공간정보가 잘 드러나도록 했다.
또한 인물의 변화에 따라 그들을 잡는 구도의 변화를 찾아볼 수 있다. 극 초반에는 충숙-기택-기정-기우 순으로 구도를 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집안의 힘의 서열을 나타내고 있다. 주로 1막에서는 남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를 보였다. 피자가게 사장과 논쟁을 벌일 때에도 충숙이 앞장서 나서는 역할을 맡고 있었고 가장인 기택은 그저 반지하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습을 하이 앵글로 잡았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기택과 기우의 서사적 변화에 따른 인물의 변화가 일어나며 이러한 구도 또한 변화되게 된다.
2막이 시작되고 공간이 변화하며 쇼트 사이즈의 변화가 생겼다. 급격히 와이드 한 쇼트들을 이용해 주변 환경을 웅장하게 표현했다. 또한, 박 사장의 집에 취업하고 난 뒤 기세등등해진 기택의 가족들을 잡는 앵글에도 변화가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1막에서는 취객이 나타났을 때, 그리고 방역차에 의해 집안에 가스가 찼을 때에도 그저 개입하지 않은 채 바라만 보았다. 이 상황을 대변하듯 1막에서는 창문만을 잡는 앵글이었다면 2막에서는 쇼트를 와이드 하게 잡아 가족들의 뒤통수를 전부 앵글에 담았다. 이는 창문보다 그들을 더 큰 존재로 표현했다. 바라만 봤던 전과 달리 바깥의 상황에 적극적이게 대항한 인물의 변화가 전체 쇼트의 변화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3막은 클라이맥스로 숨겨졌던 지하공간이 드러나는 서사적 포인트였다. 기택의 가족은 이로 인해 간신히 올라왔던 위신이 다시 바닥으로 내쳐진다. 이러한 서사적 변화에 따라 앵글에서도 변화가 생긴다. 박 사장의 집을 탈출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카메라는 마치 그들의 상황을 대변하듯 수직 하강하며 기택의 가족을 팔로우하는 기법을 사용했다. 또한, 한 가지 포인트가 되는 앵글이 있었다. 하늘에서 그들을 찍는 듯한 앵글이었다. 물난리가 나 부표를 띄워 그곳을 탈출하는 가족들을 이 앵글로 촬영했으며, 기택과 동네 사람들이 물난리로 인해서 모여 누워있는 체육관 장면도 이런 앵글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마치 사람이 벌레를 내려다보는 시점과 동일하게 촬영한 듯 보였다.
지금까지 기생충의 서사적 에센스에 기반하여 공간과 구도에 대해 분석해 보았다. 기생충은 여러 장치들을 이용해 결국 영화의 주요 모티프인 양극화된 부의 불평등을 끊임없이 강조해 주었다. 또한, 이 모티프를 기반으로 구성된 서사에 따라 이미지의 구조는 유지되기도 변화하기도 하였다. 결국 영화 내내 물리적으로 끊어져 있던 쇼트들은 양극화된 부의 불평등이라는 하나의 주제성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